생텍쥐페리란 누구인가? – 어린 왕자 너머의 인간 이야기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이 한 문장으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울린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éry). 많은 사람들이 그를 《어린 왕자》의 저자로 기억하지만, 그 삶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단순한 동화 작가가 아니라 비행사이자 철학자, 휴머니스트이자 문학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작품 뒤에 숨은 진짜 생텍쥐페리의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1.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자유로운 영혼

1900년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난 생텍쥐페리, 그는 몰락한 귀족 가문 출신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시와 기계를 좋아했고, 하늘을 동경하던 그는 21세에 처음 비행기를 조종합니다. 하늘은 그의 상상력과 철학이 살아 숨 쉬는 무대가 되었죠.

• 제1차 세계대전 후 조종사 훈련에 참여
• 우편 비행사로 활동하며 사하라 사막, 안데스 산맥 등을 날아다님
• 항공사 사고 구조, 비행 경로 개척 등 실제 항공사 역사에 기여

이러한 비행 경험은 훗날 그의 문학 세계에 강력한 상징과 철학으로 스며들게 됩니다.

 

2. 비행기의 조종간 위에서 써내려간 문학

생텍쥐페리의 대표작은 단연 《어린 왕자》(Le Petit Prince)이지만, 그 이전부터 그는 이미 비행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은 산문 문학을 발표하고 있었습니다.

주요 작품 소개:
•《야간비행》(Vol de nuit, 1931): 어둠 속을 날아가는 조종사의 고독과 책임
•《인간의 대지》(Terre des hommes, 1939): 비행을 통해 마주한 인간의 존엄, 고통, 연대
•《어린 왕자》(Le Petit Prince, 1943): 순수함과 본질에 대한 은유적 동화, 어린이보다 어른을 위한 이야기

그의 글은 시적이고 서정적이면서도, 존재와 책임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가 가득합니다.

3. 전쟁 속 인간다움을 지킨 작가

생텍쥐페리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정찰 비행사로 참전하며 프랑스에 대한 충성심을 행동으로 증명했습니다.
1944년, 마지막 정찰 비행 임무를 위해 코르시카에서 출발한 그는 지중해 상공에서 실종됩니다.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고, 오랜 시간 그의 죽음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습니다. 2000년, 프랑스 마르세유 앞바다에서 그의 비행기 잔해가 발견되며 실종의 흔적이 확인되었죠.

그의 마지막 작품인 《성채》(Citadelle)는 끝내 미완성이 되었지만, 그 안에는 삶과 인간 존재에 대한 그의 모든 통찰이 녹아 있었습니다.

 

4. 어린 왕자 그 자체였던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는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생텍쥐페리 자신의 삶과 철학이 투영된 자화상입니다.

• 비행사인 ‘나’는 작가 자신
• 어린 왕자는 그의 순수한 내면과 이상
• 장미, 여우, 별들은 모두 관계와 책임, 사랑을 상징합니다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 해.”라는 구절은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인간관계의 본질이죠.
어린 왕자를 통해 그는 어른이 잊고 사는 가치들 – 사랑, 상상, 책임, 순수함을 다시 일깨웁니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누비며 세상을 관찰한 생텍쥐페리는, 높이 올라가 세상을 작게 본 것이 아니라, 더 넓게, 깊이, 따뜻하게 본 사람이었습니다. 《어린 왕자》 한 권으로 그를 다 안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그 하늘 위의 사상가, 조종간을 잡은 철학자로서의 생텍쥐페리를 다시 바라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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