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고 통통한 몸, 짧은 다리, 굼뜬 걸음. 웜뱃(Wombat)은 호주의 숲속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랑스러운 야행성 유대류입니다. 그런데 이 귀여운 동물에게는 하나의 기묘한 생태학적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똥이 정사각형이라는 것.
“정말이야? 네모 모양으로 똥을 눈다고?”
네, 완벽에 가까운 큐브 형태로, 심지어 굴러가지도 않죠.
이 특이한 현상은 오랫동안 과학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했고, 최근에 이르러서야 그 생물학적 이유가 조금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1. 네모난 똥을 싸는 유일한 동물
웜뱃은 지금까지 알려진 동물 중 유일하게 큐브 형태의 배설물을 만들어냅니다. 한 번에 약 80~100개의 작은 똥을 싸며, 그 대부분은 완전히 모서리가 선 정육면체입니다.
• 평균 크기: 약 2cm x 2cm
• 표면은 거칠고 단단
• 굴러가지 않도록 딱 그 자리에 멈춤
이 똥은 영역 표시의 수단으로 사용되며,
돌 위나 나무 뿌리, 주변 식물 위에 올려 영역을 표시합니다.
2. 그럼, 네모 똥의 비밀은 무엇일까?
2020년, 미국 조지아 공대와 호주 연구진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웜뱃의 장 구조에서 해답이 발견되었습니다.
• 웜뱃의 대장 끝부분에는 탄력성과 수축률이 다른 부위가 존재
• 장이 규칙적인 파동 운동을 하며 배설물이 밀려나오는 동안,
• 이 불균형한 장벽의 수축이 똥을 사각형 모양으로 성형한다는 것
즉, 웜뱃은 특별한 ‘자연의 장내 금형 기술’을 가진 동물인 셈입니다.
이 발견은 국제 학술지 Soft Matter에 정식으로 발표되며 생체공학 및 패키징 기술에도 영감을 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3. 왜 하필 ‘정사각형’이어야 했을까?
그 목적은 생각보다 실용적입니다.
• 굴러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 영역표시용 배설물이 비탈길에서 굴러가 버리면 의미 없음
• 시각적 주목성과 고정성 확보
→ 다른 동물들이 쉽게 인식할 수 있게
웜뱃은 시력은 약하지만 후각이 매우 발달한 동물입니다.
네모난 똥은 눈에 띄고, 냄새가 오래 남고, 위치가 고정되어 영토 방어에 효과적이라는 진화적 이점을 가진 것이죠.
4. 과학계가 주목한 이유 – 생체 모방 기술의 단서
웜뱃의 큐브 똥은 자연계에서 ‘정육면체 형성’이라는 드문 현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를 인간의 기술에 응용할 수 있을 가능성도 탐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 무균적이고 규칙적인 형태의 패키징 기술
• 장내 연동운동을 활용한 배출 제어 시스템 개발
• 소프트 로봇 제작에서의 유연한 수축 기술 응용
5. 재미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웜뱃의 정사각형 똥은 단순한 유머 코드로만 소비되기엔 아까운 진화의 산물입니다. 작은 배설물 하나에서 시작된 연구가 진화 생물학, 동물 행동학, 산업 공학까지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자연이 만들어낸 디테일한 설계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됩니다.
마무리하며: 자연은 늘 이유가 있다
정사각형 똥을 싸는 동물이라니.
처음엔 웃기고 기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영역을 위한 전략, 생존을 위한 구조, 그리고 과학이 배워야 할 디자인의 힌트가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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