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바게트가 유명한 이유 - 프랑스와 전통의 만남, 일상의 맛
모로코를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어? 여긴 왜 이렇게 바게트를 자주 먹지?”라는 생각을 해보았을 것입니다. 시장에서도, 골목 구멍가게에서도, 레스토랑에서도, 심지어 가정에서도 모로코 사람들의 식탁 위엔 항상 바게트가 올라와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모로코에서 바게트가 유명하고 사랑받을까요? 오늘은 그 이유를 역사, 문화, 일상생활 속에서 풀어보겠습니다.
1.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유산
가장 큰 이유는 역사적인 배경에 있습니다. 모로코는 1912년부터 1956년까지 약 40여 년 동안 프랑스의 보호령이었습니다. 이 시기 프랑스 문화와 시스템이 모로코에 대대적으로 유입되었고, 그 중 프랑스식 제빵 기술과 식습관도 함께 뿌리를 내렸습니다.
• 프랑스인이 가져온 바게트, 크루아상, 퀴슈 등이 베이커리 문화를 바꾸었고
• 모로코 전통 식문화와 자연스럽게 융합되기 시작했죠.
지금도 모로코 전역에는 프랑스식 빵집 ‘BOULANGERIE(불랑제리)’가 흔히 보이며, 프랑스어를 쓰는 빵 이름이 그대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2. 모로코 식문화와의 환상적 궁합
바게트는 단지 ‘남의 나라 빵’으로 남지 않았습니다.
모로코의 전통 요리와도 잘 어우러지며 일상의 일부가 되었죠.
바게트는 이런 음식과 찰떡궁합:
• 타진(Tagine): 고기와 채소를 천천히 조린 전통 스튜
• 하리라(Harira): 렌틸콩·병아리콩이 들어간 수프
• 살라타(Salata): 각종 허브, 토마토, 양파를 곁들인 신선한 샐러드
• 올리브 절임, 양념한 치즈, 달걀 요리 등 간단한 브런치 메뉴
바게트는 이 모든 음식들과 함께 숟가락 없이 손으로 집어먹기 좋은 구조를 갖추고 있어, 모로코식 식사 방식과 잘 맞습니다.
3. 손쉬운 접근성과 일상성
모로코 바게트는 매우 저렴하고,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 마을의 작은 마트, 재래시장, 학교 앞, 시골 마을까지…
• 매일 아침 갓 구운 바게트를 사는 것이 많은 모로코 가정의 일과입니다.
• 한 개당 가격은 매우 저렴하며, 하루 수 차례 갓 구운 빵이 유통됩니다.
이처럼 바게트는 ‘특별한 음식’이 아니라 일상의 기본 식사 도구처럼 사용됩니다. 한국의 쌀밥처럼, 모로코에서는 바게트가 곁들여지지 않으면 식사가 덜 된 느낌이죠.
4. 모로코식 바게트의 특징
모로코 바게트는 프랑스 오리지널 바게트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 더 부드럽고, 약간 덜 바삭한 겉면
• 속은 쫄깃하면서도 촉촉한 식감
• 길이는 짧고 굵은 편이 많음
• 일부 지역에서는 세몰리나(duhrum flour)를 섞어 풍미를 더하기도 함
즉, 프랑스식 바게트가 좀 더 딱딱하고 쫀쫀하다면 모로코 바게트는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식감입니다.
5. 전통과 현대를 잇는 음식 문화
모로코는 지금도 서구식과 전통식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식문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 아침엔 바게트와 버터, 잼
• 점심엔 바게트와 타진
• 저녁엔 수프와 함께 바게트를 찍어 먹는 식사
이런 모습은 전통 요리와 식민지 유산이 공존하는 독특한 풍경이며, 그 중심에 바게트라는 평범한 빵이 조용히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마무리하며: 바게트로 연결된 시간과 공간
모로코에서 바게트는 단순한 식품이 아닙니다. 그것은 프랑스 식민의 흔적이자, 현대인의 식탁 위 전통, 그리고 문화와 역사가 녹아든 ‘하루 한 끼의 평화’입니다.
바게트를 뜯으며 타진을 먹는 모로코인의 손끝에는 세대를 이어온 습관과 생활의 미학이 녹아 있습니다.
언젠가 모로코를 여행하게 된다면, 커피 한 잔과 바게트 하나로 시작하는 아침을 꼭 경험해보세요. 그순간, 당신도 모로코인의 일상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