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중부의 전통 파스타, 부카티니의 기원
이탈리아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 부카티니(Bucatini). 보기엔 스파게티와 비슷하지만 중심에 구멍이 뚫려 있는 이 독특한 파스타는 이탈리아 중부, 특히 라치오(Lazio) 지방의 전통 요리에서 깊은 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로마 인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파스타는 고대부터 이어진 전통과 지역의 식문화를 그대로 품고 있지요.
부카티니의 이름과 구조
‘부카티니’라는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구멍을 뜻하는 buco에서 유래했습니다. 이름 그대로, 이 파스타는 가느다란 튜브처럼 속이 빈 원통형 모양이 특징입니다. 이 구멍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소스를 파스타 안까지 머금게 하여 더욱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실용적인 설계입니다.
전통적으로는 구멍 뚫린 금속 틀을 통해 반죽을 눌러 뽑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으며, 지금도 일부 수제 파스타 공방에서는 이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라치오 지역과 부카티니
부카티니가 가장 널리 사용되는 곳은 라치오 지방, 특히 로마입니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전통 파스타 요리인 부카티니 알라 아마트리치아나(Bucatini all’Amatriciana)는 돼지 볼살(구안찰레), 토마토 소스,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가 어우러진 깊고 풍부한 맛이 특징입니다.
이 요리는 원래 라치오 북동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 아마트리체(Amatrice)에서 시작되었고, 시간이 지나 로마 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널리 퍼졌습니다. 아마트리체라는 이름을 딴 이 요리는 소박하면서도 강렬한 지방 요리의 정수로, 부카티니와 가장 이상적인 궁합을 자랑합니다.
왜 부카티니일까?
라치오 지역에서는 예부터 짙은 풍미의 소스를 즐겨 사용해 왔고, 이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파스타가 필요했습니다. 속이 빈 부카티니는 토마토, 치즈, 올리브오일 등 유질 성분이 풍부한 소스를 빠짐없이 머금을 수 있어 맛과 식감을 모두 살릴 수 있는 최적의 형태였던 것입니다.
게다가 질긴 구안찰레나 양치즈의 풍미가 조화를 이루기 위해선, 단순한 스파게티보다 더 강한 존재감의 파스타가 요구되었고, 부카티니는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습니다.

현대에 부카티니는?
오늘날 부카티니는 라치오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즐길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뿌리는 여전히 지역성과 전통에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 한국 등지에서도 ‘알라 아마트리치아나’ 메뉴가 인기를 얻고 있으며, 사람들은 부카티니의 독특한 식감을 통해 이탈리아 중부의 정신을 맛보고 있습니다.
구멍 하나에도 이야기가 담긴 파스타, 부카티니.
단순한 면발 그 너머로, 수백 년간 이어진 지역의 지혜와 전통을 함께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