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경전 가운데 가장 장엄한 깨달음의 세계를 묘사한 《화엄경》. 그 마지막 장인 〈보현행원품(普賢行願品)〉 은 불교 수행의 완성이라 불릴 만큼 깊은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이 장에서 등장하는 보현보살(普賢菩薩) 은 ‘자비와 실천의 화신’으로, 모든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은 뒤 어떻게 세상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를 보여줍니다. 그 핵심이 바로, 보현보살이 설한 10대 원행(十大神行) 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열 가지 원행이 어떤 의미를 지니며,
오늘날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1. 예경(禮敬諸佛) – 모든 존재를 향한 경외심
보현보살의 첫 번째 행원은 모든 부처님께 예경드리는 마음입니다. 이는 단지 절을 올리는 의식적 행위가 아니라,
모든 생명 안의 불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뜻합니다.
즉, 나와 남, 생명과 사물의 구분을 넘어 세상 모든 존재 속에서 부처의 가능성을 보는 마음입니다. 예경은 겸손의 시작이며, 깨달음의 문을 여는 첫 걸음입니다.
2. 칭탄여래(稱讚如來) – 선함을 드러내는 말의 힘
두 번째 행원은 부처님의 덕을 찬탄하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부처를 칭송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의 선(善)과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말로써 널리 알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대적으로 말하자면, 타인을 비난하기보다 좋은 면을 인정하고 격려하는 말의 수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좋은 말 한마디는 칭찬이 아니라, 자비의 실천이다.”
3. 광수공양(廣修供養) – 마음으로 드리는 공양
세 번째 행원은 공양(供養) 입니다. 보현보살은 ‘음식이나 향’ 같은 외형적 공양보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정성과 진심을 최고의 공양으로 여겼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거나, 자신의 시간을 내어 도와주는 일 또한 공양의 한 형태입니다. 공양은 곧 ‘감사의 실천’입니다.
4. 참회업장(懺悔業障) –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
보현보살은 깨달음의 길에서 참회(懺悔) 를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되돌아보는 것은
죄를 씻는 행위이자, 마음을 비우는 수행이기 때문입니다. 참회는 “내가 부족함을 압니다”라는 겸손에서 시작되며, 그 순간 마음은 다시 새롭게 태어납니다.
5. 수희공덕(隨喜功德) – 타인의 선행을 함께 기뻐하기
다섯 번째 원행은 타인의 공덕을 함께 기뻐하는 마음입니다. 부러움이나 시기 대신, 남의 선한 행위를 진심으로 축복하고 즐거워하는 것이죠.
이 마음이야말로 자비의 실천이자 공동체적 행복의 씨앗입니다. 수희공덕은 경쟁을 넘어 함께 성장하는 수행자의 자세를 뜻합니다.
6. 청전법륜(請轉法輪) – 진리를 세상에 전하기
여섯 번째 행원은 부처님의 법이 세상에 널리 전해지기를 청하는 것입니다. 즉, 깨달음의 진리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법이 멈추지 않고 ‘굴러가도록(轉)’ 돕는 수행입니다.
오늘날로 치면, 지혜로운 말과 행동으로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일과 같습니다.
7. 청불주세(請佛住世) – 깨달음의 등불을 지키는 마음
일곱 번째 행원은 부처님이 세상에 오래 머무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는 단지 한 인격체의 생존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부처의 가르침’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뜻입니다.
우리 일상에서 이 행은 진리와 올바름을 지키고자 하는 신념으로 이어집니다.
8. 상수불학(常隨佛學) –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
여덟 번째 행원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항상 배우고 따르는 마음입니다. 깨달음은 한순간의 체험이 아니라, 평생에 걸친 배움의 여정임을 강조합니다.
배움의 수행은 단지 경전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의 삶 속에서 마음을 관찰하고 배우는 실천입니다.
9. 항순중생(恒順衆生) – 중생과 함께 걷는 연민의 길
아홉 번째 행원은 중생을 따라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는 ‘타인의 뜻에 무조건 따르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들의 처지와 고통을 이해하고 함께 공감하며 걸어가라는 뜻입니다.
보현보살은 말합니다.
“진정한 깨달음은 세상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함께 숨 쉬는 것이다.”
10. 보개회향(普皆迴向) – 모든 공덕을 세상에 돌리기
마지막 원행은 자신의 공덕을 모든 존재에게 회향(廻向) 하는 것입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닌, 모두를 위해서’ 수행하는 것.
즉, 깨달음의 열매를 독점하지 않고 세상에 나누는 행입니다.
이것이 바로 보현보살이 강조한 수행의 완성 — 지혜와 자비, 개인과 세상이 하나 되는 경지입니다.

마무리 – 보현보살의 길은 곧 우리의 삶의 길
보현보살의 10대 원행은 먼 불국토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바로 오늘의 삶 속에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마음의 태도입니다.
• 예경은 존중,
• 찬탄은 긍정,
• 공양은 감사,
• 참회는 성찰,
• 수희는 격려,
• 청전법륜은 지혜의 나눔,
• 청불주세는 진리의 보존,
• 상수불학은 배움의 겸손,
• 항순중생은 공감의 실천,
• 회향은 나눔의 완성.
이 모든 것이 합쳐져 보현행(普賢行) 이 됩니다.
즉, 진정한 수행이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매 순간을 자비와 지혜로 채우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깨달음은 멀리 있지 않다.
매일의 마음 속에서 보현보살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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