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북부, 눈과 순록의 땅을 여행하다 보면 형형색색의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 텐트 모양의 집,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순록 떼를 마주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바로 사미족(Sámi), 북유럽의 유일한 원주민이자 북극의 문화유산을 이어가는 사람들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미족의 역사, 전통문화, 삶의 방식, 현대의 변화까지 차근차근 알아보겠습니다.
1. 사미족은 누구인가? – 유럽의 숨은 원주민
사미족은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 북서부 콜라반도에 걸쳐 거주하는 북극권 원주민입니다. 이들이 사는 넓은 지역은 사프미(Sápmi)라고 불리며, 정치적 국경과는 무관한 문화적 공동체의 개념입니다. 노르웨이에는 약 4만~5만 명의 사미족이 거주하고 있으며, 그중 대부분이 북부 지역의 트롬스(Troms), 피노마르크(Finnmark) 일대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2. 전통적인 생활 방식 – 순록과 함께한 삶
사미족의 전통적인 생계 수단은 순록 유목(reindeer herding)입니다. 순록은 단순한 가축을 넘어 식량, 의복, 교통 수단, 의례 등 전방위로 삶에 사용되는 존재입니다.
사미족은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유목 생활을 이어오며,
겨울에는 내륙의 보호된 지역으로, 여름에는 해안가로 이동해 순록을 방목합니다. 그 외에도 어업, 사냥, 채집, 가죽 공예, 텐트 제작(lávvu) 등 자연과 밀접한 생활 기술을 전승하며 살아왔습니다.
3. 언어와 문화 – 노래처럼 말하고, 자연처럼 옷입다
사미족은 고유의 언어인 사미어(Sámi languages)를 사용하며, 이는 핀우그리아어계에 속하는 유럽 내 드문 언어군입니다. 하지만 지역마다 방언이 다양하며, 일부는 소멸 위기에 처해 있어 보존 노력이 활발합니다.
또한 사미족의 전통 음악인 ‘요이크(Joik)’는 노래이자 주문이자 이야기입니다. 이는 특정한 사람, 동물, 풍경 등을 표현하는 감정의 소리로, 말보다는 멜로디와 리듬으로 존재를 기억하는 방식입니다.
의상 또한 매우 독특하여, 거의 기하학적 패턴과 강렬한 원색을 사용하며, 지역별로 색상, 문양, 모자의 형태로 소속이나 혼인 여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4. 사미족의 억압과 회복의 역사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사미족은 노르웨이 정부로부터 ‘노르웨이화 정책’을 강요받으며 언어와 문화, 교육을 박탈당했습니다. 사미어 사용이 금지되었고, 학교와 종교 교육도 모두 노르웨이어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사미족의 권리 회복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면서 1989년에는 노르웨이 사미의회(Sámediggi)가 설립되고, 사미어는 공식 언어로 인정, 교육과 언론에서도 다시 사용되고 있습니다.
5. 오늘날의 사미족 – 전통과 현대 사이
현대의 사미족은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IT, 관광, 예술,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순록 유목은 여전히 중요한 정체성의 중심이며, 트롬쇠, 카라우크 등지에서는 사미 문화체험 프로그램과 축제가 열려 관광객과 교류도 활발합니다.
대표적인 사미 축제인 ‘Riddu Riđđu’(리드두 리쥐)는
음악, 춤, 음식, 세미나를 통해 전통과 현대 사미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중요한 행사입니다.
결론 – 북극의 사람들, 자연을 닮은 공동체
사미족은 극한의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민족이며, 그들의 삶에는 지속가능성, 공동체 정신, 자연에 대한 존중이 깃들어 있습니다. 노르웨이 북부를 여행하게 된다면 오로라나 피요르드 뿐만 아니라 그 땅을 오래도록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세요.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지닌, 북극의 진짜 유산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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