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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아부심벨 신전 – 나일강을 지킨 람세스 2세의 영원한 권위

by cococooo 2025. 4. 28.

이집트 남부, 나일강 유역의 누비아 사막 한가운데. 그곳에는 모래언덕을 등지고 위풍당당하게 앉아 있는 네 개의 거대한 석상이 있습니다. 이곳은 바로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 2세가 세운 장대한 기념물, 아부심벨 신전(Abu Simbel Temple)입니다. 단순한 신전이 아니라, 권력의 선언, 건축의 기적, 그리고 인류의 연대기로서의 가치를 지닌 유산이죠. 이번 글에서는 아부심벨 신전의 역사, 구조, 상징성,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살펴보겠습니다.


1. 아부심벨 신전은 언제, 왜 만들어졌을까?


아부심벨 신전은 기원전 13세기경, 파라오 람세스 2세 통치 20년째 되는 해에 착공되어 약 20년에 걸쳐 완공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람세스 2세는 이집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파라오 중 하나로, 그의 통치력과 종교적 신성을 드러내기 위해 이집트 남부 국경 근처, 즉 누비아 지역의 민중들에게 파라오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신전을 건설했습니다. 이 신전은 단순한 종교시설이 아니라, 정치적 선전물이자 국경 방어의 상징이었습니다.


 

 

2. 거대한 외관 – 네 개의 람세스 2세 석상


신전 정면에는 좌우 2개씩 총 4개의 거대한 좌상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 석상들은 모두 람세스 2세 자신을 신격화한 조각상으로, 높이 약 20m, 하나의 암벽을 직접 깎아 만든 모놀리식(monolithic) 조각입니다. 각 석상은 나일강을 향해 동쪽을 바라보고 있으며, 고대 이집트의 절대적 권위와 신의 화신으로서의 파라오상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3. 내부 구조 – 빛과 신성의 통로


신전 내부에는 길게 이어진 회랑과 기둥, 그리고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성소가 있습니다. 성소에는 네 개의 신상이 있으며, 왼쪽부터

• 프타(Ptah) – 어둠과 창조의 신
• 아문-라(Amun-Ra) – 태양의 숨은 본질
• 람세스 2세 자신 – 신격화된 파라오
• 라-호라크티(Ra-Horakhty) – 태양과 하늘의 신

놀랍게도 매년 2월 22일과 10월 22일, 해가 떠오를 때 들어오는 햇살이 이 신상 중 프타를 제외한 3개의 얼굴에 정확히 도달합니다. 이는 고대 이집트인의 천문학적 지식과 건축 정렬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상징적 순간으로,
해당 날짜는 람세스 2세의 생일과 즉위일로 추정되기도 합니다.


4. 작은 신전 – 네페르타리를 위한 예외적 헌사


아부심벨에는 메인 신전 외에도 옆에 ‘작은 신전’이 있습니다. 이 신전은 람세스 2세의 왕비 네페르타리(Nefertari)에게 헌정된 것으로, 주신은 사랑과 음악, 아름다움의 여신 하토르(Hathor)입니다. 놀라운 점은 이 신전 정면에 새겨진 여섯 개의 입상 중 두 개가 네페르타리상이라는 점. 이는 고대 이집트에서 드물게 여왕을 파라오와 동등하게 묘사한 예로, 람세스 2세의 애정과 외교적 연합의 상징성을 담고 있습니다.


5. 현대사의 기적 – 신전의 이동


1960년대, 아스완 하이댐 건설로 인해 나세르 호수가 생기며 아부심벨 신전은 수몰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이에 유네스코는 국제 구조 캠페인을 벌였고, 1964년부터 4년에 걸쳐 신전을 1,000여 개의 블록으로 절단한 후, 기존 위치에서 65m 위쪽, 200m 뒤로 이동시키는 전무후무한 ‘고고학적 이주’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이는 전 세계 전문가와 엔지니어들이 협력한 인류 최초의 대규모 문화재 구조 사업으로,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보호 운동의 상징적 사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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