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세스 2세 vs 투탕카멘: 가장 유명한 파라오는 누구인가?

고대 이집트의 문명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두 이름이 있다. 바로 람세스 2세(Ramesses II)와 투탕카멘(Tutankhamun)이다. 두 파라오는 시기적으로도, 업적 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지만, 현대인들에게는 모두 인상 깊은 상징으로 남아 있다. 과연 이 둘 중, ‘가장 유명한 파라오’의 자리는 누구에게 돌아가야 할까? 역사적 배경과 세계적 영향력을 비교해보며 그 답을 찾아보자.

역사 속의 거인, 람세스 2세

람세스 2세는 기원전 1279년부터 약 66년간 이집트를 다스린 19왕조의 세 번째 파라오다. 그는 그 이름만으로도 ‘파라오 중의 파라오’로 불릴 만큼 거대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그의 통치 시기 동안 이집트는 군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전성기를 맞이했다. 가장 대표적인 전과는 카데시 전투로, 히타이트 제국과의 전쟁에서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전술로 대등하게 싸우며, 결과적으로 고대 근동 최초의 평화조약을 체결한 인물로 기록된다.

건축 업적으로도 람세스 2세는 압도적이다. 아부심벨 신전, 룩소르 사원, 라메세움(자신의 장제 사원) 등 그가 남긴 건축물은 오늘날까지도 찬탄을 자아낸다. 그는 무려 100명이 넘는 자녀를 두었고, 수많은 조각상과 부조에 자신을 신격화하여 새겨 넣었으며, 자신을 오시리스나 라와 같은 신과 동일시하려 했다.

그의 미라는 지금도 발견된 상태로 존재하며, 프랑스 파리에서 복원 치료까지 받은 ‘현대에 살아있는 파라오’처럼 대우받았다.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람세스 2세는 고대 이집트의 위대한 통치자이자, 현실과 신화를 넘나드는 존재로 기억되고 있다.

죽음으로 더 유명해진 소년 왕, 투탕카멘

반면 투탕카멘은 기원전 1332년부터 약 9년간, 18왕조 말기에 짧은 생애를 살다 간 파라오다. 그는 겨우 9세에 즉위했으며, 18세 무렵 병으로 추정되는 원인으로 세상을 떠났다. 정치적 업적이나 건축적 유산은 거의 없지만, 그의 이름이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1922년 영국의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가 ‘거의 완전한 형태의 파라오 무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투탕카멘의 무덤은 대부분 도굴되지 않은 채 보존되어 있었고, 황금 마스크와 5천여 점에 달하는 부장품은 20세기 최고의 고고학적 발견으로 기록되었다. 그의 무덤은 이집트의 ‘황금의 신화’를 부활시켰고, 이집트학(Egyptology)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투탕카멘의 저주’라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는 대중문화에서 더욱 투탕카멘을 신비로운 존재로 만들었다.

투탕카멘의 이름은 교육이나 역사적 업적이 아닌, 대중 매체와 전시, 그리고 고고학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황금 마스크는 이집트 문명의 상징물로 전 세계 박물관, 포스터, 교과서에서 빠지지 않는 이미지가 되었다.

 

그렇다면 누가 더 유명한가?

정확한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역사적 업적’이나 ‘고대 이집트의 실질적 영향력’을 기준으로 한다면, 람세스 2세는 단연코 압도적이다. 그는 직접 군대를 지휘했고, 영토를 확장했으며, 유산을 수천 년간 남긴 인물이다. 반면, ‘현대 대중문화와 글로벌한 인지도’라는 기준으로 볼 경우, 투탕카멘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가 남긴 미스터리와 황금의 이미지, 고고학적 발견의 상징성은 지금도 세계를 매혹시킨다.

결국 ‘가장 유명한 파라오’란 질문의 답은, 우리가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가’에 달려 있다. 역사적 위대함을 택한다면 람세스 2세, 대중적 신화를 택한다면 투탕카멘이 될 것이다. 고대 이집트는 이 두 인물을 통해 지금도 우리와 살아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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