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식문화를 상징하는 대표 음식 재료인 바깔라우(Bacalhau)는 사실 ‘대구(cod)’라는 같은 생선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나 그 형태와 풍미, 조리 방식은 생대구와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이 글에서는 생대구와 바깔라우가 어떻게 다른지, 그 과정을 천천히 들여다보겠습니다.
같은 생선, 다른 이름
우선 바깔라우는 생대구와 같은 어종에서 만들어지지만, 그대로 먹는 생대구와 달리 염장과 건조 과정을 거쳐 완전히 다른 성격을 지닌 식재료로 바뀝니다. 생대구는 바다에서 잡아온 신선한 상태의 대구를 말하며, 대부분 냉장이나 냉동 보관을 통해 유통됩니다.
반면 바깔라우는 대구를 염장한 뒤 바람에 말려 수분을 제거한 것입니다. 원래는 냉장 기술이 없던 시절 생선을 오래 보관하기 위한 지혜에서 시작된 가공법이지만, 이 과정을 통해 일반 생대구보다 훨씬 깊은 풍미와 특별한 식감을 갖게 됩니다.
보관과 유통 방식의 차이
생대구는 신선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냉장이나 냉동 상태에서 보관됩니다. 유통기한도 짧아 일정 기간 내 소비해야 하며, 생선 특유의 비린내와 조직 변화가 생기기 쉽습니다.
반면 바깔라우는 염분과 건조로 인해 수분 함량이 거의 없어 상온에서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제대로 염장된 바깔라우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1~2년 이상 보관할 수 있으며, 포르투갈이나 브라질에서는 건조 상태 그대로 시장이나 슈퍼에 걸려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조리 전 준비과정의 차이
생대구는 손질만 잘하면 바로 구워먹거나 끓일 수 있습니다. 대구탕, 대구찜, 전 같은 요리에 활용되며 조리법도 간단한 편입니다.
그러나 바깔라우는 조리 전에 반드시 ‘담금’ 과정, 즉 염분 제거를 위한 수시간~수일 간의 물에 담가두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염기가 빠지면서 동시에 건조된 조직이 수분을 다시 흡수해 원래의 크기와 식감을 되찾습니다. 바깔라우를 처음 요리해보는 사람들에게는 이 담금 과정이 다소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준비 없이 요리를 한다면 너무 짜서 먹을 수 없게 됩니다.
맛과 식감의 차이
생대구는 흰살생선 특유의 담백함과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물 요리나 튀김 요리에 적합하며, 식감이 촉촉하고 연한 것이 특징입니다.
반면 바깔라우는 염장과 건조를 거치면서 감칠맛이 응축되고, 특유의 깊고 진한 풍미를 가지게 됩니다. 수분이 적었던 조직이 재수화되며 탄력 있는 식감으로 되살아나는데, 이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결이 바깔라우 특유의 매력입니다.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은 포르투갈 와인과도 잘 어울립니다.
조리법과 대표 요리의 차이
생대구는 한국식 대구탕이나 서양의 피쉬앤칩스처럼 단순하게 익히는 방식이 많습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방식이죠.
반면 바깔라우는 복잡하고 풍부한 조리법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는 감자와 계란을 볶아 만든 ‘바깔라우 아 브라스’, 크림소스를 얹어 오븐에 구운 ‘바깔라우 콩 나타스’, 튀긴 생선볼 형태의 ‘볼리뉴스 드 바깔라우’ 등이 있습니다. 바깔라우는 하나의 재료이지만, 그 안에 수백 가지의 요리법이 존재할 정도로 포르투갈 전역에서 다양하게 즐겨집니다.
문화적 의미의 차이
생대구는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생선일 수 있지만, 바깔라우는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포르투갈인의 문화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음식입니다. 크리스마스, 부활절, 성주간 등 종교적 절기마다 바깔라우 요리를 해 먹는 것이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한 가정에 여러 세대가 함께 모여 바깔라우를 손질하고 요리하는 모습은 포르투갈식 ‘음식 공동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생대구는 신선함을 중시하는 일상적인 생선이고, 바깔라우는 시간과 정성이 만들어낸 전통적인 저장식품입니다. 같은 생선에서 출발하지만, 그 과정과 의미는 전혀 다릅니다. 바깔라우는 단지 염장 대구가 아니라, 바다를 향한 포르투갈인의 역사, 생활, 정체성이 응축된 하나의 문화입니다.
바깔라우를 맛보는 것은 단순한 요리를 넘어서, 시간을 음미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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