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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바깔라우란 무엇인가? – 포르투갈 국민 생선에 대해

by cococooo 2025. 6. 9.

포르투갈 식탁에는 빠지지 않는 특별한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바깔라우(Bacalhau)’입니다. 생선 요리라지만, 일반적인 생선과는 전혀 다른 모습. 소금에 절여 딱딱하게 말린 바깔라우는 마치 요리 전엔 바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포르투갈 사람들은 바깔라우를 “영혼을 위한 음식”이라 말하며, 성탄절부터 결혼식, 일상 식사까지 늘 곁에 두죠. 그렇다면 바깔라우는 도대체 어떤 생선이며, 왜 이렇게 특별할까요? 이번 글에서는 ‘바깔라우’의 정체와 역사, 조리 방식, 그리고 포르투갈 문화 속 의미까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바깔라우란 무엇인가?


‘바깔라우’는 대구(codfish)를 염장하여 말린 생선입니다. 보통 북대서양에서 잡힌 대구를 소금에 절인 뒤 자연 또는 인공 건조 과정을 거쳐 장기 보존이 가능한 형태로 만든 것이죠. 원래는 생선의 부패를 막기 위한 고안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독특한 재료가 포르투갈인의 입맛과 삶의 일부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포르투갈에서 바깔라우는 하나의 재료이자, 동시에 ‘요리 문화’의 정수입니다. 흔히들 “바깔라우 요리는 365가지, 매일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조리법과 활용도가 무궁무진합니다.



 

바깔라우의 기원 – 바다를 건너온 생선


바깔라우의 역사는 포르투갈의 해양 역사와 맞닿아 있습니다. 15세기 대항해 시대, 포르투갈은 원양 항해를 통해 대서양 북부의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뉴펀들랜드 해역에서 대구를 발견했고, 이 생선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소금에 절여 말리는 방법을 고안하게 되었습니다.

냉장 기술이 없던 시절, 소금 건조는 신선한 해산물을 장기 보존하는 유일한 수단이었고, 바깔라우는 수개월 동안 부패 없이 저장할 수 있는 전략 식량이 되었죠. 항해와 식민지 개척, 군대 보급에 이르기까지 바깔라우는 중요한 생존 식량이었습니다.


바깔라우의 조리법 – 물에 불려야 먹을 수 있다


건조된 바깔라우는 단단하고 매우 짭짤하기 때문에 바로 조리할 수 없습니다. 보통 24~48시간 정도 찬물에 담가 소금을 빼고 부드럽게 만드는 ‘해염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때 물을 몇 차례 갈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다음엔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됩니다. 대표적인 바깔라우 요리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Bacalhau à Brás

잘게 찢은 바깔라우를 감자채, 양파, 달걀과 볶아 만든 부드럽고 고소한 요리.

• Bacalhau com Natas

크림소스와 함께 오븐에 구운 그라탱 형태의 요리.

• Bacalhau à Gomes de Sá

감자, 양파, 달걀과 함께 푹 익힌 바깔라우 스튜.

• Pastéis de Bacalhau

바깔라우를 으깨 감자와 섞어 튀긴 고로케 스타일 간식.

이처럼 바깔라우는 볶음, 조림, 구이, 튀김 등 거의 모든 조리법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바깔라우, 포르투갈인의 정체성


바깔라우는 단순한 생선이 아니라, 포르투갈인의 정체성 그 자체입니다. 성탄절, 부활절 같은 종교적 명절에는 금육(고기 금지) 전통에 따라 바깔라우 요리가 기본 메뉴가 되며, 각 가정마다 전해 내려오는 고유의 레시피가 존재합니다.

뿐만 아니라 포르투갈이 전 세계에 이민을 보내면서 브라질, 앙골라, 마카오, 고아 등에서도 바깔라우 요리가 퍼져나갔고, 지금도 세계 각지의 포르투갈 식당에서는 바깔라우 요리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바깔라우는 낯설지만, 포르투갈에선 “엄마의 맛”, “고향의 향기”, “함께 나누는 전통”을 의미합니다. 그 안엔 수세기 동안 바다를 누비며 살아온 사람들의 삶과 지혜, 그리고 가족과 공동체의 기억이 녹아 있습니다.



바깔라우는 보기엔 투박하고, 조리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정성과 기다림이 스며 있는 음식입니다.
첫눈에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제대로 익히고 맛보면 단백하면서도 깊고, 풍부하면서도 정겨운 포르투갈의 풍미가 느껴집니다.

언젠가 포르투갈 여행을 떠난다면, 꼭 한 번은 바깔라우 요리를 맛보세요. 그것은 단지 하나의 음식이 아니라,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한 접시의 기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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