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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고대 로마 병사들의 식량, 페코리노 로마노의 역사

by cococooo 2025. 4. 27.

오늘날 파스타 위에 강판으로 곱게 갈아 얹는 치즈, 페코리노 로마노(Pecorino Romano). 이 치즈는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고대 로마 병사들의 식량이자 전쟁을 지탱한 전략물자였습니다. 수천 년의 시간을 건너 지금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이 치즈의 이야기는, 한 지역의 식문화 그 이상으로 역사, 기술, 생존의 서사를 담고 있습니다.

로마 제국의 행군 식량


페코리노 로마노의 기원은 기원전 3세기 로마 제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로마 병사들은 멀리 떨어진 전장으로 오랜 시간 행군해야 했습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패하지 않는 고열량 식량이었고, 단단하게 숙성된 양젖 치즈인 페코리노 로마노가 그 역할을 했습니다. 로마 군사 기록에 따르면, 병사 1인당 하루 배급 식량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 빵
• 건조 콩류
• 소금
• 그리고 약 27g의 페코리노 로마노

이는 에너지 보충뿐 아니라 염분 섭취를 통해 탈수 예방 역할도 했습니다. 짠맛이 강한 특성은 바로 이 당시의 필요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장기 보관을 위한 기술력


페코리노 로마노는 양젖에 천일염을 입혀 숙성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며, 5개월 이상 숙성하면 상온에서도 잘 상하지 않습니다. 이는 냉장 기술이 없던 고대 사회에서 유통과 보관이 가능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치즈에 함유된 소금은 자연적인 방부제 역할을 하며 병사들이 혹독한 날씨 속에서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름에 담긴 지역의 정체성


‘페코리노(Pecorino)’는 이탈리아어로 ‘양(Pecora)’에서 파생된 단어로, 양젖 치즈를 의미합니다. ‘로마노(Romano)’는 로마 지역의 전통 방식으로 만든 치즈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이 치즈는 단순한 양젖 치즈가 아닌, 로마의 땅, 기술, 기후에서 탄생한 전통이라는 정체성을 품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페코리노 로마노는 라치오(Lazio) 지역과 사르데냐(Sardegna) 일부 지역에서만 생산되며, PDO(원산지 명칭 보호 제도)를 통해 그 명성과 품질이 보장됩니다.


전쟁터에서 식탁으로


전쟁터에서 병사들의 생명을 지키던 이 치즈는 중세 수도원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요리의 중심 재료로 진화해왔습니다.

• 로마 전통 요리인 까르보나라, 아마트리차나, 카치오 에 페페
• 치즈 플레이트나 와인 페어링용 안주
• 샐러드, 스프, 샌드위치 등 현대식 응용 요리

그 용도는 점점 넓어지고 있지만, 짭짤한 맛과 단단한 텍스처는 그대로입니다. 바로 이것이 2천 년을 이어온 전통의 무게이자, 페코리노 로마노가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입니다.



마무리 – 전통은 단지 옛날 것이 아니다

페코리노 로마노는 단지 고대의 유물 같은 치즈가 아니라, 전쟁을 견디고 시대를 넘은 생존의 상징입니다. 오늘 우리가 먹는 한 조각의 치즈 안에는 로마 병사들의 행군, 장인의 손맛, 수백 년간 지켜온 제조법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다음에 파스타에 치즈를 뿌릴 때, 그 맛 뒤에 숨어 있는 이 오랜 역사를 한 번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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