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
바삭한 튀김 껍질 속에 따뜻한 밥과 치즈, 고기 소스가 듬뿍 담긴 아란치니(Arancini). 이름도 생소하고 생김새도 특별한 이 음식은, 시칠리아 사람들에게 단순한 간식을 넘어 정체성과도 같은 소울푸드입니다. 오늘은 그 작은 오렌지 같은 공 안에 담긴 맛과 이야기들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작고 동그란 이름 속 의미
‘아란치니’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오렌지들’을 뜻합니다.
노릇하게 튀겨진 외형이 마치 오렌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죠. 이름처럼 겉은 바삭하게 튀겨지고, 속에는 쫀득한 밥과 고기 라구 소스, 모차렐라 치즈, 완두콩 등이 채워져 있어 한입에 다양한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보통은 버터나 치킨 육수로 지은 밥을 사용하며, 그 밥을 손으로 꾹 눌러 속재료를 감싼 다음, 빵가루를 입혀 튀겨냅니다.
아란치니의 기원은 아랍?
아란치니는 이탈리아의 고유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뿌리를 따라 올라가면 10세기경 시칠리아를 지배했던 아랍 문화의 흔적이 보입니다. 당시 아랍인들은 향신료를 넣은 밥에 고기나 허브를 섞어 뭉쳐 먹는 요리를 즐겼고,
그 조리법이 시칠리아의 식재료와 만나 변형되며 오늘날의 아란치니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즉, 아란치니는 이탈리아 음식이지만 다문화적 기원을 가진 음식인 셈입니다.
지역마다 다른 모양과 속재료
시칠리아 전역에서 아란치니는 사랑받고 있지만, 도시마다 그 모양과 속재료가 조금씩 다릅니다. 팔레르모에서는 둥글고 오렌지처럼 생긴 공 모양이 일반적이고, 카타니아에서는 시칠리아의 화산 에트나를 본뜬 뾰족한 원뿔형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속에는 라구 소스를 기본으로 하지만, 여기에 채소나 햄, 버섯, 가지 등 지역마다 자주 쓰는 재료를 곁들이기도 하죠.
이처럼 아란치니는 한 가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지역 문화와 입맛에 따라 다양하게 발전한 음식입니다.
왜 그렇게 사랑받을까?
아란치니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따뜻하며, 한 입 한 입이 풍성한 재료로 가득해 간단한 간식 이상의 만족감을 줍니다. 길거리에서 손에 들고 먹기 쉬운 구조도 매력이고, 명절이나 나들이 때 도시락으로 싸가기에도 딱 좋은 모양입니다. 어릴 적 엄마가 만들어준 아란치니를 기억하며 성인이 되어서도 그 맛을 찾는 이탈리아인들이 많다고 하니, 이 음식은 단순한 요리를 넘어 시칠리아인의 정서가 담긴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 입 크기의 튀김 안에 밥과 치즈, 고기, 추억, 전통이 모두 담겨 있는 음식—그게 바로 아란치니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신기하고 낯설지만, 한 번 먹어보면 누구나 반하게 되는 깊고 따뜻한 맛이 있죠. 다음에 이탈리아에 가게 된다면, 꼭 시칠리아의 거리에서 아란치니 하나를 손에 쥐고, 천천히 그 풍미와 이야기를 음미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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