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치오 와인의 세계 – 프라스카티에서 체사넬레까지

이탈리아 와인 하면 흔히 토스카나의 끼안티나 피에몬테의 바롤로를 떠올리지만, 로마를 품은 라치오(Lazio) 지역 역시 풍부한 와인 전통과 독특한 품종을 자랑합니다.
화산토와 해풍, 일조량이 풍부한 지형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라치오 와인은, 깔끔하고 상쾌한 화이트부터 매혹적인 레드까지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죠. 이번 글에서는 라치오 와인의 대표 주자인 프라스카티(Frascati)부터, 토착 품종인 체사넬레(Cesanese)에 이르기까지
이 지역의 주요 와인과 품종들을 소개합니다.

1. 프라스카티(Frascati) – 로마인들의 화이트 와인

프라스카티 DOC 와인은 라치오 와인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로마인들의 와인’이라 불리며 사랑받아온 프라스카티는 지금도 로마 남쪽 알바니 언덕(Colle Albani)에서 재배되는 포도로 만들어지며, 주로 말바시아(Malvasia), 트레비아노(Trebbiano) 등 이탈리아 전통 화이트 품종이 사용됩니다.

● 특징
• 밝은 옅은 금색, 상쾌한 꽃향기
• 사과, 배, 흰 복숭아 등의 과일 향
• 부드러운 산미와 깔끔한 피니시

● 어울리는 음식

프라스카티는 가벼운 파스타, 해산물, 판차넬라, 모짜렐라 치즈와 잘 어울리며, 특히 까르보나라처럼 지방감 있는 요리를 산뜻하게 정리해주는 역할도 합니다.

 

2. 체사넬레(Cesanese) – 라치오의 숨은 레드 보석

체사넬레는 라치오 지역의 토착 적포도 품종으로, 특히 체사넬레 델 피글리오 DOCG 지역에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이 포도는 과거에는 산뜻한 식사용 레드 와인으로 소비되었지만, 최근에는 더욱 정제된 양조 방식과 오크 숙성으로 고급 와인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 특징
• 진한 루비색, 체리와 블랙베리 향
• 가벼운 탄닌과 부드러운 산미
• 스파이시한 피니시와 은은한 허브 향

● 어울리는 음식

체사넬레는 구운 돼지고기, 가지 파르미자나, 양고기 요리와 궁합이 좋으며, 짠맛이 강한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와도 훌륭한 균형을 이룹니다.

3. 기타 라치오 품종과 지역

● 벨리코(Bellone)

고대 로마시대에도 언급된 유서 깊은 화이트 품종으로,
구운 사과, 감귤류 향과 함께 미네랄 감이 돋보입니다.

● 말바시아 디 칸디아(Malvasia di Candia)

프라스카티에 사용되는 주 품종으로, 향이 풍부하고 꽃향기가 강조된 스타일이 많습니다.

● 아마로네와 다른 접근 – 파시토(Passito) 와인

라치오 지역에서도 말린 포도로 만든 디저트 와인이 생산되며,
진한 단맛과 농축된 향으로 식사 후 마무리로 적합합니다.

4. 라치오 와인의 매력은 ‘균형’에 있다

라치오 와인은 과도하게 무겁지 않고, 부담 없이 마시기 좋은 ‘테이블 와인’의 매력이 살아 있습니다. 또한 라치오만의 기후—화산성 토양, 지중해 바람, 로마 인근 고도—은 와인에 산미와 미네랄리티, 절제된 풍미를 부여해 독자적인 캐릭터를 형성합니다.

마무리 – 로마의 식탁을 완성하는 와인

로마에는 수천 년의 역사와 예술, 그리고 와인이 공존합니다. 프라스카티는 여름날의 신선함을, 체사넬레는 겨울의 온기를 담고 있죠. 화려하진 않지만 절제된 멋과 지역성이 살아있는 라치오 와인을 통해 당신도 로마의 식탁과 풍경을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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